
9월 말, 부드러운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주말. 부천 한국 만화 박물관 일대는 만화와 웹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제28회를 맞은 부천국제만화축제는 단 3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올해는 “만화·웹툰-정상영업 합니다(Back to the Usual)” 이라는 주제로 만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와 산업을 잇는 매개체임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외부 캐리커쳐 존
거리에서 만난 거대한 만화 장면
행사장 입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무대였다. 대형 캐릭터 풍선, 화려한 포토존, 그리고 코스튬플레이어들의 등장으로 관람객들은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었다. 아이들과 청소년은 물론 부모 세대까지 함께 사진을 남기며 축제의 열기를 공유했다. 누군가는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 포즈를 취했고, 또 다른 이는 차분히 셔터를 누르며 오래 기다린 순간을 기록했다. 거리 풍경은 한 장의 만화처럼 다채롭게 펼쳐졌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야기의 무게
실내 전시관에는 올해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아수라를 비롯해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자리했다. 관람객들은 긴 대사 없이도 그림만으로 전해지는 긴장감과 서사를 느끼며 작품 앞에 오래 머물렀다.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만화가 세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팬과 작가가 마주한 자리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시간은 축제의 백미였다. 인기 웹툰 작가의 사인회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팬들은 오랫동안 곁에 두었던 작품을 품에 안고 차례를 기다렸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작가님 작품 덕분에 힘이 났어요”라는 말 속에는 만화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삶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힘이 담겨 있었다.


무대 위의 열기, 국제적 교류의 장
코스프레 대회는 올해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참가자들은 의상과 분장뿐 아니라 목소리와 몸짓까지 준비해 캐릭터를 완벽히 구현했다.
대회 외에 한국 프로 코스튬플레이팀 ‘에이크라운’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국내 코스튬플레이 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또한, 일본에서 초청된 모델들이 부스에서 한국 팬들과 소통하며 축제의 국제성을 더했다.
올해 처음 시도된 웹툰 OST 콘테스트도 신선했다. 스토리와 음악이 결합하며 작품 장면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고, 대학생 관람객은 “웹툰에 음악이 더해지니 몰입감이 다르다”라며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역과 만화, 새로운 협업의 가능성
축제는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지역 문화와의 접점도 보여주었다. 부천 대표 디저트 브랜드 '김보람 초콜릿'과 한성민 작가가 협업한 만화 콜라보 기획상품, ‘만화 도시 부천 × 김보람 초콜릿’ 같은 협업 제품은 관람객들 사이에서 작은 화제를 모으며, 만화가 지역 산업과 어우러질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다만 개선점도 남았다. 입장료 할인 정책 폐지, 행사장 변경 공지의 혼선, 일부 무분별한 촬영 문제 등은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축제가 성숙한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세심한 운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축제가 남긴 여운
그런데도 이번 부천 국제 만화축제가 남긴 인상은 분명하다. 만화와 웹툰이 지닌 잠재력을 드러내는 무대, 그리고 팬과 창작자가 호흡하는 소중한 자리라는 점이다. 화려한 퍼포먼스 너머에 남는 건, 관람객 가방 속 굿즈와 마음속에 오래 간직될 만화의 한 장면이다.
부천의 도심을 물들인 만화의 힘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잔잔히 이어지고 있었다.
